어느덧 개발자의 길로 들어선지도 약 2년 9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이번에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게 되어 회고록 작성의 필요성을 느껴 적어보고자 한다. 때마침(?) 새로 온 회사에서 조직개편이 있게 되어 잠깐 붕 뜨는 시간이 생겨서 짬을 내어 적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이 아니면 2020년 새해를 맞이하고 나서야 쓰게 될 거 같은 느낌이다.

보통 다른 개발자들의 블로그를 보니 매년마다 회고록을 작성하시는데 저는 첫 회고록이라 내용이 상당히 길어졌습니다. 지루할 수도 있으니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1. 시작은… (2011 ~)

About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나는 완전 전공자도 아니고, 완전 비전공자도 아닌 조금 어정쩡한(?) 위치에서 시작한 개발자이다.

경영정보학을 배우면서 커리큘럼에 코딩과 관련된 과정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코딩이라 부르기도 애매할 정도로 쉽고 오래된 Visual Basic을 다루는 것이었다. 이 수업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개발자로 갈 생각은 1도 없었고 if else문 하나 이해하고 짜는데 머리가 터질 정도로 어려움을 느꼈었다.

물론 Visual Basic을 배우는 수업 외에도 코딩이나 컴퓨터 공학과 관련된 수업이 더 있었는데 그중에서 데이터베이스(DB)와 관련된 수업들이 3개 정도 되었다. DB 수업은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 원론부터 시작해서 MS Access를 이용한 간단한 테이블 관계 구조 짜기, 정보처리기사의 DB 파트에서 나올법한 내용 등을 배웠었는데 Visual Basic보다는 이 수업이 내게 꽤나 흥미가 있었다.

visual basic 6.0

[Visual Basic 6.0]

아, 물론 이때도 내가 개발자로 가리란 생각은 1도 하지 못할 때였다.

이렇게 처음 코딩의 ㅋ자를 맛볼 시기가 군대 전역하고 막 복학하여 다니던 2학년 시절의 얘기이다. 2학년 때는 막 복학해서 대외활동도 해보고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뭐 이것저것 많이 해봤던 것 같다. 핑계라면 핑계가 될 수 있겠지만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을 많이 하다 보니 학년 평균학점은 전 학년 통틀어 최저 학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P.S. 그래도 3.0은 넘겼다…)

그러다가 3학년이 되었고 나는 여느 타 경영/인문 대학생들처럼(비하의 의도는 없으며 일반적인 경우를 말함.) '공무원이나 준비할까...'의 테크트리를 타려고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나는 정말 자리에 앉아서 몇 시간을 책만 보며 암기하는 공부를 할 자신도 없었고, 하기도 싫어하는 성격이라 공시를 준비할 자신이 없었다.

공무원

그렇게 3학년 1학기를 그냥 평범한 학점을 받으며 다녔고 방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경영대학 건물에서 어느 한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바로 현재의 나를 있게 해 준 대구 계명대학교 수은불망동아리원 모집 포스터였다.

수은불망 포스터

[재학 당시 수은불망 모집 포스터]

사실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기억하기론 6살쯤부터 집에 컴퓨터가 있었다. 비록 지금 보면 우스운 윈도우 95라고 할 지라도 고인돌이라든지, 땅따먹기 등 어린 나를 충분히 재밌게 해 줄 만한 것(이라 쓰고 게임들이라 부른다.)들이 많았던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며 삼성 매직스테이션(!)을 집에 들이게 되었고(당시에 CPU는 팬티엄 3 500 MHz로 기억한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어둠의전설, 미르의전설2, 스타크래프트 등 신문물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게임을 하는데 중간중간에 렉도 심해지고 인터넷이 자주 끊기곤 하였다. 알고 보니 램이 64MB 밖에 안 되어서 그랬던 것이고 점검해주러 온 인터넷 기사님이 고맙게도 64MB 램을 하나 더 공짜로 달아주셨다. 그 뒤로는 끊김 없이 잘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pentium III

[펜티엄 III]

여하튼 잡담은 접어두고 이러한 컴퓨터에 대한 나의 관심은 어릴 때부터 있었고 중학교쯤부터는 혼자 풀조립은 아니더라도 간단한 램 추가나 하드 교체 정도는 했었던 것 같다. 사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과학 쪽이나 컴퓨터 쪽으로 가보고 싶다는 꿈은 있었는데 고등학교 올라가서 지구과학과 화학, 수학의 쓴맛을 보고 좌절하여 문과로 전향(…)하게 되었다.

문과로 갔지만 수능을 보고 난 뒤 대학과 내가 갈 학과를 고를 때 조금이라도 컴퓨터와 관련이 있는 과를 가고 싶어서 둘러보던 중에 경영정보학과를 보게 되어 지원하였고, 합격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경영정보학과에 와서 3학년까지도 컴퓨터 관련된 쪽으로 갈 생각은 100 중에 10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다…ㅎㅎ

다시 포스터 얘기로 돌아가서 나는 포스터를 보고 동아리 회장에게 연락하여 지원하였고 자그마한 면접을 보고 마침내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일단 내가 동아리에 들어가려 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취업이었다. 동아리 포스터에는 취업을 하고 싶다면 오라는 내용의 문구가 적혀있었고 당시에 어떻게 취업을 할 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나에겐 기회로 보였기 때문이다.

취업 99% + 컴퓨터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 1%이 합해져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동아리 사전 면접 때도 얘기를 들었지만 동아리 규율이 상당히 빡셌다. 대충 나열해보자면,

  • 아침 10시까지 동아리 사무실에 출근 ~ 저녁 9시에 퇴근. 학교 수업시간 외에는 동아리 사무실에서 개인 공부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 한 달에 쉴 수 있는 날은 단 2일(이것도 내 기억엔 한 달에 1일만 쉬다가 2일로 바뀌었던 것 같다.)
  • 정형화된 커리큘럼이 존재(자바라는 언어에 대한 설명부터 기본적인 문법 설명, 이클립스 사용법 등)
  • 기회가 될 때마다 공모전이나 프로젝트를 찾아보고 우리가 직접 제안서를 쓰고 기획부터 설계, 개발까지 완료할 수 있어야 한다. 현업에서 실제로 PM으로 일하시는 동아리 멘토님이 계셔서 주말마다 이러한 부분들을 봐주러 오셨고 오실 때마다 대판 깨지고(ㅎㅎ) 다시 기획서를 작성하고 등등 엄청 빡세게 굴렀다.
  • 뭐 이외에도 더 있었지만 별로 필요한 내용은 아니라서 생략한다.

그렇게 3학년 1학기 여름방학부터 4학년 졸업하는 겨울까지 동아리에서 약 2년 동안 빡세게 굴렀더니 나름 기본적인 웹 프로젝트 하나는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컴퓨터 공학을 부전공으로 하여 비전공자 개발자들이 자칫 놓치기 쉬울 수 있는 컴퓨터 공학 기본 지식을 보충하고자 노력했다.

4학년 말부터는 동아리 생활을 하면서 괜찮은 공고가 있으면 지원하면서 결과를 기다렸다. NBP, 다우기술, IBK 등 여러 기업들을 써보았고 몇몇은 코딩 테스트나 면접까지 갔었지만 최종 합격을 받은 곳은 없었다. 그러다가 졸업을 하게 되어 2017년 2월 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동아리를 나온 지도(2016년 12월에 나옴.) 3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었고 집에 앉아있으려니 슬슬 눈치도 보여서 조금 눈을 낮춰서 중소기업들에 지원을 해보기 시작했다. 아직 회사를 다녀보지 않은 입장이라 어떤 회사를 걸러야 하고 어떤 회사가 좋은지 판단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힘든 타이밍이 있었는데 이러한 것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OKKY라는 커뮤니티를 적극 이용하였다. 거기서 한 분을 만나 뵙게 되었는데 후에 알고 보니 OKKY의 운영진 분들 중 한 분이셨고 이브레인이라는 개발자 전문 컨설턴팅 업체를 운영하시는 분이셨다. 메일로 궁금한 점을 이것저것 주고받다가 어느 한 회사의 공고가 괜찮다며 추천해주셔서 지원하였고 합격하였다. 그것이 전 회사이다.

2. 첫 회사 (2017.03 ~ 2019.11)

첫 회사는 SI/솔루션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이었다. 교육 관련 솔루션을 주로 개발/유지보수하고 있어서 대학교 쪽 고객사는 상당히 많은 편이었고 SI 프로젝트 경험도 많아서 공공기관 고객사도 꽤 많았다. 그래서 회사 자체의 안정성은 높은 편이었고 실제로 다니는 동안 월급도 밀린 적 없었고 퇴사자들에 대한 수당 처리나 퇴직금 처리도 깔끔했다.

다만, 초봉은 서울권 신입 기준 치고는 낮은 편이라 생각되었는데 뭐… 취업할 당시에는 첫 회사이기도 하고 신입이라 바짝 긴장하고 있어서 이러한 것에 대한 생각은 별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1년 정도 다니고 나서 생각해보니 서울권 치고는 초봉이 낮았지만… 그래도 SI 업체 치고는 워라벨이 나쁘지 않아서 그냥 다녔던 것 같다.

1년 차까지는 현 회사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만족하여 다녔었는데 2년 차에 들어서면서 계속 여기에 이렇게 다닐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해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고민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SI나 솔루션 업체를 다니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나 자신이 정체되는 느낌때문이다.

아무래도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업체이다 보니 매 프로젝트마다 크게 변하지 않는 틀 안에서 비슷한 작업이 반복되었고 Ctrl+C, Ctrl+V 수준의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업무를 배우고 개발에 익숙해지고 나면 늘 하던 것만 계속하게 되니 나중에 5년, 10년 뒤에도 과연 내가 이 업계에서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1) 1차 이직시도

그래서 2년 차 때부터 서비스 회사 위주로 공고를 찾아보게 되었고 중고 신입이나 2~3년 차 정도의 공고를 검색하여 몇 개 지원해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몇몇은 서류를 통과하였기도 했지만 대부분 코딩 테스트에서 떨어졌다. 면접까지 가본 적도 없었다. 그래도 서류에서는 개인 블로그를 계속하고 있었고 회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들도 어느 정도 잘 정리하여 경력기술서를 작성해서 그런지 통과율은 50% 이상은 됐던 것 같은데 코딩 테스트만 가면 탈락했다. 나름 잘 풀었다고 생각했던 코딩 테스트에서도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아 들게 되니 그때부터는 이직에 대한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하게 되었다.

2) 2차 이직시도

그렇게 1차 이직난(?)을 겪고 나서 실망을 안은 채 회사 생활을 하다가 꽤나 큰 프로젝트를 회사에서 맡게 되어 진행하게 되었다. 고객사의 기존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갈아엎는 프로젝트였는데 상당히 일정이 빡빡했다. 2019년 9~11월 초까지는 진짜 계속 저녁 8~10시까지 야근했던 것 같다. 사실 중간에도 한번 오픈 일정이 미뤄져서 “이게 과연 잘 오픈될까”했었는데 다행히도 미뤄진 일정에는 잘 오픈이 되었다.

프로그래머 버그 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맨날 야근만 하다 보니 다시금 이직에 대한 욕구가 샘솟았다. SI 업체치고 나쁘지 않은 워라벨에 어느 정도 만족하며 다니고 있었는데 이것이 무너지게 된 게 계기였다. 그래서 2019년 9월 중에 현 회사에 대한 채용 공고를 확인하여 지원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한번 던져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지원을 하였는데(물론 가고 싶은 마음은 컸다.) 서류 통과, 1차 면접도 통과, 오프라인 과제 테스트 통과까지 원코인(?)에 하게 되었다. 그렇게 최종 임원 면접만 남겨두고 있었는데 사실 이때까지도 ‘에이 설마 되겠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을 때도 한창 야근하고 있을 때라 평일에 집에 오면 도저히 면접 준비를 빡세게 할 힘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내가 평소에 해왔던 것들에 대한 것만 잘 준비해서 가자라고 생각했고 최종 면접에 가서 떨지 않고 내가 해왔던 것들, 경험, 지식을 나름 잘 말했더니 최종 합격까지 받게 되었다.

첫 회사에 들어와서 시도했던 모든 이직 시도 중에 처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는데 얼떨결에 최종 합격까지 해버린 것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이직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과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하는 것 같다.

인생은 타이밍 짤

3. 현 회사 (2019.12 ~)

어느 정도의 준비와 운과 타이밍이 잘 겹쳐서 서울에 있는 한 온라인 유통 업체에 입사하게 되었다. 내가 가고 싶어 했던 자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였고,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올릴 수 있었다.

확실히 입사하고 보니 이전의 SI 업체와는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나 개발 방식, 개발 환경 등이 많이 달랐다. Java와 Spring 기반의 서비스라는 점은 비슷했지만 도커나 쿠버네티스, 카프카, Spring Cloud Config 등 이전 회사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여기선 이미 구축해두고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한 개념 정도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실무 레벨에서의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입사해서 조금 적응을 한 뒤부터는 사내 프로젝트의 소스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사내 위키에 있는 여러 글들을 정독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입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도 살짝 맛보기(?) 정도의 업무만 할당받아 처리해본 상태다. 그래도 새로운 곳에 와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꽤나 기쁘고 기대된다.

4. 이직은 어떻게?

1) 일단 지원해라

갓 취업했을 때 ~ 현 회사 오기 전까지 대충 기억나는 데로 세어보니 지원한 공고가 대략 2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사실 나도 그랬지만 저(低) 연차일 때 엄청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이 아닌 이상, 어떠한 채용 공고에 대하여 지원하는 것에 대해 망설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개발자 커뮤니티를 쭉 살펴보니 대부분 하는 얘기가 “일단 지원해라”였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에서 3년 차 이상 자바 개발자를 구한다는 공고를 올렸다고 하자. A회사에 엄청 가고 싶지만 현재 나의 경력은 2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 지원하지 않는 것이 맞을까? 정해진 답은 없지만 내가 얻은 답은 “아니다”이다. 우선 나도 경험을 해보니 3년 차 이상 뽑는다고 해서 무조건 3년 차 미만은 배제하지 않는다. 3년 차 미만이라도 이력서를 잘 작성했고 인사 담당자나 현업 담당자가 보기에 매력 있는 이력을 가졌다면 서류합격은 가능하다. 여기서 이제 코딩 테스트나 면접을 잘 본다면 합격까지 가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일단 지원해라”이다.

이번 이직 과정 중에서도 카카오 뱅크 2019년 하반기 경력채용 공고에도 지원했었는데 나는 금융 경력이 하나도 없었고 카뱅에서 요구하는 스킬 셋 중에서도 갖추고 있는 것이 몇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서류 합격은 시켜줬다.(개발자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의외로 서류 탈락한 사람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 물론 과제 테스트에서 탈락했다.ㅠㅠ

이렇듯 자신과 관계없는 분야의 회사에 지원해도 합격할 수 있는 것이고, 경력이 모자라더라도 합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2) 무엇이 문제일까?

앞서 말했듯이 일단 지원해보고 탈락의 쓴맛을 보더라도 여기서 본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내 경험을 예로 들면 개발자가 봤을 때 상위권 회사들(네이버나 카카오, 라인 등. 내 기준에서 말이다.)을 지원했을 때 보통 서류는 대부분 합격시켜주고 코딩 테스트에서 많이 거르는 듯하였다. 이런 회사들은 지원해서 경험해보니 코딩 테스트의 난이도가 (내 기준에서) 상당히 어려웠다. 5~7문제 정도 나오면 실제로 내가 풀 수 있는 건 1~3문제 정도였던 것 같다. 이 1~3문 제도 완벽하게 푼 건 아니었다.

그래서 “아, 이 정도 급의 회사들은 현재 내 실력으론 안 되겠구나”를 체감하고 조금 더 눈을 낮추어 보았다. 한 단계 낮추어 지원해본 회사들은 그래도 코딩 테스트 문제를 대부분 풀 정도는 됐었지만 합격을 받을 순 없었다. 그래서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 공부에 조금 더 집중하기로 했고 동시에 카뱅과 같이 과제 테스트를 내는 회사들에 대비하여 스프링이라든지 자바 공부도 조금씩 해주었다.

이렇듯 일단 지원을 해보고 뭐라도 결과를 받아보면 내가 어느 부분이 모자라고 더 준비해야 하는지 대충 감이 잡힌다. 또한, 나 자신의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조금 더 현명하게 이직 전략을 짤 수 있게 된다. 괜히 눈만 높아서 내가 가지도 못할 회사만 쳐다볼 바에 조금 눈을 낮춰서 갈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은 쪽으로 가는 것이 더 좋지 않나 싶다. 이런 건 개인의 성향에 따른 전략 차이이기 때문에 나는 꼭 네이버나 카카오를 가야겠다! 한다면 더 열심히 준비해서 가면 되는 것이다.

3) 준비를 하자

회사 입장에서 구직자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이력서 한 장뿐이다. 정보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내가 최대한 그 회사에 뽑혀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력서를 정말 잘 쓰거나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나처럼 개인 블로그를 운영한다거나 지루한(?) 프로젝트 경력이라도 뭔가 좀 더 돋보이게 꾸밀 줄 알면 좋다. 이번에 현 회사 면접 볼 때도 면접관 분들께서 꼭 개인 블로그에 대해서는 언급을 해주셨다.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셨고 꾸준하게, 오랫동안 해온 것을 꽤나 높이 사주셨던 것 같다. 더불어 나는 단순히 정보를 모아서 복붙 하는 식의 포스팅보다는 트러블 슈팅 경험이나 실제 업무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에 대해서 썰을 풀고 해결한 방식을 제시하는 식으로 많이 적었다고 하니 더 좋게 봐주셨다.

이처럼 블로그 외에도 본인의 프로젝트 경력이 너무 평범해 보인다면 서술하는 방식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 A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었고 나는 게시판 모듈 개발을 하였는데 이것을 단순히 아래와 같이 적으면 뭐 별 거 있나 하고 넘어갈 수 있다.

<A회사 업무시스템 개발>
- 참여인원: 5명
- 기술: Java, Spring, Oracle
- 업무: 게시판 모듈 개발

조금 MSG를 첨가하여 아래와 같이 고쳐보면 그래도 평범한 프로젝트 경험이 조금 더 돋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A회사 업무시스템 개발>
- 참여인원: 5명
- 기술: Java, Spring, Oracle
- 업무:
	- Ajax를 이용하여 SPA 방식으로 개발
	- REST API를 통한 게시판 데이터를 JSON 형식으로 받아서 핸들링 할 수 있도록 개발
	- 기존의 게시판 모듈에서 특정 검색 상황에서 쿼리 조회 속도가 안 나오던 부분을 쿼리 튜닝을 통해 30초 대에서 1초 대까지 줄일 수 있었음

뭐 대충 이런 느낌으로 단순히 “나 게시판 개발했소”보다는 “게시판 개발을 했는데 A라는 부분을 활용하여 B를 만들어서 C라는 결과를 얻었다”라는 식으로 써주는 게 이력서를 읽는 입장에서는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또한, 개인 블로그나 이력서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나 자신도 엄청 잘 안다고 자신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나름 기본 CS(Computer Science)이나 자바, 스프링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들은 이직 준비를 하면서 꾸준히 공부해왔다. 대부분의 큰 회사들은 코딩 테스트 외에도 이러한 기본 CS 지식들에 대한 필기시험을 보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대비할 겸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

4) 넓은 곳을 가봐라

이제 어느 정도 이 회고록의 마지막에 도달한 것 같다. 앞서 얘기한 것들도 중요하지만 다른 개발자들과의 교류나 여러 콘퍼런스, 세미나에 대한 경험도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조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생활하려 했던 이유 중 하나도 서울에서 대부분 개발과 관련된 콘퍼런스, 세미나가 열리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에 올라온 2017년부터 년 1~3개 정도씩 꾸준히 참가했다. 스프링 캠프부터 시작해서 KSUG에서 주관하는 세미나, 이상한 모임에서 주관하는 99콘 등 2017년부터 현재까지 가본 콘퍼런스나 세미나는 대략 1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특히나 스프링 캠프는 정말 자바 웹 개발자라면 꼭 한 번은 가보면 좋은 콘퍼런스이다.

이렇듯 여러 행사를 다니면서 현재 어떤 기술 트렌드가 유행이고 내가 무엇을 공부하는 것이 더 좋고 유리한 지를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여기서 주워들은 것(?)을 전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요긴하게 써먹었다.

또한, 나는 크게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부분이지만(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활발하게 해 볼걸 하는 생각은 든다.) 다른 개발자들과의 인맥, 즉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도 좋은 기회이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일부러 개발자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회사 사람 외에 다른 개발자들을 알고 지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러한 행사들에 가서 다른 개발자들과 얘기도 해보고 친목을 쌓을 수 있어서 좋은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보는 눈이 넓어질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아, 그리고 이러한 행사들을 가면 후원기업들이 나와서 부스에서 행사도 하고 리쿠트링도 직접 하기도 한다.

그리고 넓은 곳을 가보라고 하는 것이 꼭 오프라인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다른 개발자들의 기술 블로그를 많이 보면 그만큼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 나 말고 다른 개발자들은 어떤 식으로 포스트를 정리하고 쓰는지, 어떤 기술을 다루는지, 같은 웹 개발자들은 어떤 것들에 관심이 많은지 등 오프라인보다 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그러니 꼭 구글링을 통해 여러 개발자들의 기술 블로그를 정독하길 권한다.

아래에 내가 자주 도움을 받는, 자주 탐독(?)하는 블로그들 몇 개를 추천해본다.

유익하게 본 블로그가 더 있는듯한데 막상 적으려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중에 기억나면 더 추가하는 걸로…

5. 마치며

회고록을 쓰려고 시작했는데 라떼는 말이야… 를 시작으로 옛날 얘기만 잔뜩 하다가 이직 준비 팁(?) 글로 마무리된 것 같다. 어쨌거나 내가 겪은 경험들을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보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모든 것을 담으려 하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첨가된 것 같다. 그래도 이 글을 통해 도움이 된 사람이 있다면 그것으로 이 회고록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라 생각된다.

라떼는 말이야 짤

새로운 회사에 온 지도 어느새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제 좀 적응하려나 싶었는데 조직개편이 있어서 다시 새로운 팀으로 이동하여 적응을 해야 한다… 조금 더 고생은 하겠지만 그래도 원하는 회사로 이직하였으니 더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2019년 한 해가 다 끝나가지만 이직을 해서 그런지 뭔가 연말 느낌이라든가 새로운 해를 기다리는 느낌은 나지 않는 듯하다. -_- 2020년에는 더욱 발전해있는 내가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